"자유주의는 이미 실패했다…이유를 보니 국가였네"
"자유주의는 이미 실패했다…이유를 보니 국가였네"
  • 이윤식
  • 승인 2019.04.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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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뉴스1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뉴스1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등이 추천할 만큼 미국 학계와 정계에서 화제가 됐던 책이다.

저자는 먼저 도발적인 명제를 던진다. "이미 자유주의는 실패했다"고.

20세기 파시즘, 공산주의 등과 경합해 살아남았던 자유주의가 이미 망했다는 얘기다.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정치, 공동체 해체에 다른 시민 간 분열, 포퓰리즘과 권위주의 부상, 경제양극화 심화 등은 자유주의 붕괴의 유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유주의는 성공했기에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자유주의는 스스로 정한 계획과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성공했으나 그것은 자유주의 소멸을 예비하는 '패배나 다름 없는 승리', 장차 자유주의를 허물어뜨릴 병폐들을 낳은 성공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자유주의 실패는 본질적 모순에 따른 필연이라는 것.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고대적 자유관과 근대 자유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대 자유관은 자신의 욕구와 자신이 속한 정치체를 스스로 다스리는 학습된 역량이었다. 즉 자유란 절제, 지혜, 중용, 정의 같은 덕목들을 몸에 익힘으로써 개인수준과 정치체 수준에서 자치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이었다.

반면 근대의 자유는 애초 자연상태에 있었던 개인들이 사회계약을 맺어 정치사회를 이루었다고 가정했다. 즉 능동적인 노력으로 함양했던 자유가 이제는 주어진 것으로 가정된 것이다. 자기규율의 자유에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로 변모한 것이다.

자유주의는 근대의 자유를 바탕으로 '개인의 자율성 확대'를 당위이자 목표로 설정했다. 근대 자유주의는 국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으로 힘으로 달성하자는 고전적 자유주의, 시장 보다는 국가의 프로그램으로 자율 확대를 달성해야 한다는 진보적 자유주의로 나뉜다.

하지만 모순은 여기에서부터 발생한다. 개인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확대돼야 했다. 개인을 해방하고 자율성을 넓히려면 국가의 역할도 커져야 했다.

저자는 "국가만이 가족부터 교회까지, 학교부터 마을과 공통체까지, 비공식적이고 익숙한 기대와 규범으로 행동을 통제하는 모든 형태의 결사와 관계로부터 개인을 해방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토마스 홉스, 존 로크 같은 초기 자유주의자들의 이론부터 오늘날의 이론까지 살피면서 자유주의에 내재된 개인주의와 국가주의간의 길항작용과 모순을 논증한다. 자유주의가 어떻게 개인의 진정한 자유를 박탈하고 국가의 권력을 무제한으로 확장시키는지, 그 결과 인간을 얼마나 소외시키고 무력화하는지 입증하는 것이다.

출판사측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러한 논리 보다 자유주의에 대한 지배적 담론을 교란하여 새로운 사유를 자극하는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자유주의를 정치 경제 체제라는 좁은 차원에서 다루지 않고 인간 삶과 세계 전체를 변형시키는 넓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룬다. 오늘날 학계와 정계, 대중 담론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유주의에 대한 불만의 여러 갈래들을 한데 모으고, 자유주의 비판의 근본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자유주의, 국가, 개인에 대한 철학적·정치적 사유를 심화시키는 좋은 도구가 될 듯 싶다.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 패트릭 J. 드닌 지음 / 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