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의 실체를 아나요?”...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임신의 실체를 아나요?”...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 박영선
  • 승인 2019.07.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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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한국 여성의 임신일기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 표지

문예출판사는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는 임신·출산에 관한 뜨거운 논의를 불러일으켰던 트위터 ‘임신일기(@pregdiary_ND)’ 계정주 송해나의 첫 에세이로 임신한 여성의 일상이자 실상을 담은 책이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운 임신·출산은 너무 간단하다. 여성과 남성이 배란 주기에 맞춰 피임 없이 섹스를 하면 임신이 된다. 수정란은 세포분열을 거듭하며 열 달 동안 여성의 몸에 있다가 태어난다. 이것이 전부고 이 과정에는 ‘임신한 여성의 삶’은 생략되었다. 임신 이후에 생기는 일에 대해서는 그저 ‘임신하면 다 그래’, ‘엄마라면 참아야지’라는 말로 ‘임신한 여성의 삶’을 압축하고 있다. 그러나 임신한 여성의 서사는 그 한마디 말로 압축될 만큼 간단하지 않다.

저자 송해나는 한국의 30대 여성으로 남편과 의논 후 계획 임신에 성공한다. 그러나 임신 테스트기에 붉은 두 줄의 선이 뜬 순간부터 그의 일상에는 균열이 생겼다. 드라마에서처럼 입덧 몇 번과 배가 불러 뒤뚱거리는 시기를 지나면 자연스럽게 아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예상보다 더 했다. 임신호르몬 때문에 졸렸고, 지쳤고, 울렁거렸다. 사타구니는 망치로 맞은 것처럼 아팠고, 밤중에는 배를 잡고 굴렀다. 입덧이 끝나자 자궁이 커지면서 골반 인대를 압박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병원을 들락날락하기도 수차례였다. 일을 하다 갑자기 태동을 느끼면 기쁘다기보다는 불편했고, 얼굴도 모르는 아기에게 태담을 건네는 것도 낯설었다. 어느 날은 단전 부위를 심하게 자극하는 태아딸꾹질로 밤을 지새웠고 방광에 힘이 풀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줌을 쌌다. 출산을 앞두고는 질구부터 항문까지 절개를 했고, 무통주사를 맞아도 강도 높은 자궁수축은 계속됐다. 죽을 것 같던 출산을 완료한 후, 저자가 엉엉 울었던 이유는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대부분의 가임기 여성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고, 임신 여성에게는 ‘임신하면 다 그래’라는 말로 입을 막는 것이 일수다. 그래서 저자는 임신하면 외딴섬에 홀로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누구도 임신과 출산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려 하지 않았고, ‘임신하면 다 그래’라는 말은 사람마다 다른 임신 경험, 즉 임신과 출산의 세세한 고통과 비참함이 자유롭게 이야기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임신기를 통해 임산부의 현실을 깨닫고 트위터를 통해 임신한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트위터로 매일 기록한 이 ‘임신일기’는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2019년의 한국은 임신·출산 담론의 새로운 장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과 더불어 임신중단 및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한편, 정부는 ‘저출산’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무려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며 ‘저출산’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 속 임신 여성들은 자리를 양보받지 못해 쓰러지고, 출산휴가를 쓰지 못한 채 퇴직을 당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는 ‘맘충’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노키즈존’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말할 곳이 없고, 들을 데가 없어 직접 써내려간 이 ‘임신일기’에 저자는 임신 여성을 향한 폭력적 시선과 미비한 제도적 지원이 개선되어 사회가 강요하는 ‘모성’에 여성들이 괴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임신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공개되어 이를 토대로 모든 여성이 진정으로 임신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담았다.

이 책을 읽은 목수정 작가(‘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저자)는 “남자들은 까맣게 몰랐고, 여자들은 하얗게 지웠던 그 기억. 책의 문장들을 한 줄 한 줄 오려서, 임산부배려석에 붙여주고 싶다”고 평했다. 이민경 작가(‘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저자)는 “전방위적인 여성의 소외에 대한 투쟁과 고발의 기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