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조형미를 찾아서" 갤러리 단디, 이상협 개인전 ‘Eternal Gleam’ 개최
"한국적 조형미를 찾아서" 갤러리 단디, 이상협 개인전 ‘Eternal Gleam’ 개최
  • 박영선
  • 승인 2021.03.22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사동 갤러리 단디에서 4월 5일까지 금속공예가 이상협의 개인전 ‘Eternal Gleam’이 개최된다.

‘윌리엄 리(William Lee)’라는 영어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상협 작가는 영국 유니버시티 아츠 런던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다. 그는 재학 중 영국 금속공예협회가 주최하는 공모전 ‘Young Designer Silversmith Award’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Craftsmanship & Design Award, Silver Triennale에서 잇따라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작품은 현재 필리델피아 박물관(Philadelphia Museum of Art),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V&A, Victoria and Albert Museum)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상협 작가는 전통적인 단조기법(鍛造技法)을 한결같이 고수한다. 단조기법이란 금속에 열을 가한 후 두들겨 제작하는 방식이다. 수백, 수천 번의 정교한 망치질을 통해 비로소 원하는 형태와 질감이 구현되기에 그에게 ‘망치질’은 단순한 제련 과정 그 이상을 함의한다. 사색이 깃든, 심연의 자신을 마주하는 자기성찰의 시간, 모든 두들김에는 그의 깊은 사유가 함축돼 있다. 그렇기에 그는 그 과정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지라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망치를 가장 선호한다.

금속공예에 대한 그의 열정은 작품들의 독특한 외형적 형태와 표면에 잘 녹아있다. 굴곡진 물결문, 나선형의 회오리문과 같은 감각적 디자인들은 모두 작가의 가치관인 동양의 자연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한국의 조형미가 잘 드러나는 기 형태의 작품들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데,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란 결국 본질적으로 자연을 닮을 때 발현된다.

이번 전시는 처음으로 이상협 작가의 모든 적동(赤銅, Copper) 소재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았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은(銀, Silver)처럼 화려한 광택을 지니지는 않지만, 적동은 나름의 우아한 감성을 지닌다. ‘Eternal Gleam’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재료 특유의 잔잔한 빛깔은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으며 잊히지 않는 여운과 함께 내면에 영원과도 같은 진한 울림을 전달한다.

그의 대표적 작품 형태인 ‘달 항아리(Moon Jar)’에서는 재료의 섬세한 물성이 소박한 선들의 조합을 통해 은은하게 드러난다. 2008년 Metal Gallery(London)에서 이루어진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달 항아리를 내놓았을 때, 당시에 함께 활동했던 무사시노대학교 교수 히로시 스즈키는 은으로 제작된 그의 달 항아리를 보고, “망치와 모루라는 간단한 도구만을 가지고 이음새 없이 만든 경이로운 작품”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내가 금속공예가가 된 이유는 망치질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개성은 망치질을 통해 작품에서 뚜렷해지고 필연적으로 작용되며,
그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나의 디자인 콘셉트는
자연에 있는 자연 에너지의 힘, 낙수, 공기 이동, 온도에서 영감을 받았다.
내 의도는 내부의 에너지, 자연의 힘, 중력에 의한 유체의 변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 ‘이상협 작가노트’

                   이상협 개인전 Eternal Gleam 포스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