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나무는 사진가 전재홍의 사진전 ‘제국의 휴먼’이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개막했다고 27일 밝혔다.
일제강점기 건축물들을 기록해오고 있던 사진가 전재홍은 2003년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신사(神社)를 담기 위해 전남 고흥의 소록도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신사참배 거부로 신체의 손가락과 다리가 잘리는 단종을 당했다는 장기진(蔣基鎭) 씨를 만나며 사진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한센인 장기진을 만나면서 일본제국주의의 생존 피해자들에 대한 기록의 절실함을 느끼며 ‘제국의 휴먼’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이후 한국, 일본, 러시아 연해주, 중국 길림성 등지를 돌며 20여 년에 걸쳐 일제 피해의 현장은 낱낱이 역사로 기록됐다.
사진가 전재홍의 사진전 ‘제국의 휴먼’은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26일 개막했다. 전재홍은 이번 전시에서 일제의 강제 노동과 강제 이주, 일본군 위안부, 일본 원자폭탄 피해자, 사할린 강제 징용자 후손들, 군함도, 731부대와 세균전 피해자와 후손들을 찾아 역사적인 장소와 함께 기록한 흑백 사진 45점을 전시한다.
경기대학교 박영택은 “머지않아 사라질 일제 수탈의 흔적과 일본 식민 지배가 남긴 상흔의 역사를 저장하는 일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사진마저 없다면 훗날 무엇으로 일본의 악행과 시대를 증언하겠는가?”라며 전재홍의 작업이 갖는 무게감을 표현했다.
또한 신경훈은 “친절하고 정갈한 가면 뒤에 숨은 잔혹한 일본의 과거 행적들은 전재홍의 사진속에 고요하지만 날카롭게 포착해냈다”며 “이는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향한 한 방”이라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하얀나무는 전재홍 사진집 ‘Little Boy(리틀보이)’를 발행했다. 리틀보이는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최초의 원자폭탄의 이름이다. 사진집 ‘Little Boy(리틀보이)’는 전시 중인 제국의 휴먼과 1990년대부터 일제의 한반도 수탈 시설물들을 촬영한 ‘제국의 평야’, 철도역에 있는 증기기관차의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을 기록한 ‘제국의 바벨탑’ 등 3부작으로 구성된 방대한 기록물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기억해야 할 진실의 증언인 전재홍의 ‘제국의 휴먼’은 6월 1일 오전까지 토포하우스에서 계속되며, 이후 충남 대전으로 옮겨 갤러리 탄에서 6월 3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