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가 구동모터로"... 현대차·기아, 계단도 오를 수 있는 '유니휠' 최초 공개
"바퀴가 구동모터로"... 현대차·기아, 계단도 오를 수 있는 '유니휠' 최초 공개
  • 강용태
  • 승인 2023.11.28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왼쪽부터 현대차그룹이 실제 개발한 유니휠 전시물과 시험용으로 제작한 유니휠 전시물의 모습(사진=현대차 제공)

전기차의 감속기와 드라이브 샤프트, CV 조인트의 기능을 모두 휠 안에 넣고, 모터를 각 휠 가까이에 위치시켜 계단을 에스컬레이터처럼 부드럽게 오르는 모빌리티도 만들 수 있는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구조의 구동 시스템이 공개됐다.

현대자동차·기아가 28일 ‘유니휠(UNI WHEEL) 테크데이’를 열고 전기차의 주요 구동 부품을 휠 내부로 옮겨 실내 공간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기능 통합형 휠 구동 시스템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Universal Wheel Drive System, 유니휠)’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유니휠은 중앙의 선 기어(Sun Gear)와 좌우 각 4개의 피니언 기어(Pinion Geer) 그리고 가장 바깥쪽의 링 기어(Ring Gear) 등으로 이뤄진 특수한 유성기어 구조로, 모터가 만들어낸 동력이 선 기어로 전달되면 피니언 기어들이 맞물려 링 기어를 회전시키고, 링 기어는 휠과 연결되어 있어 최종적으로 휠까지 동력이 전달되는 원리다.

유니휠은 피니언 기어들이 서로 연결돼 2개의 링키지(Linkage)를 구성하는데, 이러한 멀티링크 메커니즘이 유니휠의 상·하·좌·우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두 가지 구조가 융합된 특성을 기반으로 모터에서 나온 동력을 휠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함과 동시에 노면에 따른 휠의 움직임에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다.

기존 CV 조인트가 적용된 드라이브 샤프트는 휠의 상·하·좌·우 움직임에 따라 꺾이는 각도가 커질수록 동력 효율과 내구성이 하락하는 문제가 있다. 반면 유니휠은 휠의 어떤 움직임에도 동력을 거의 동일한 효율로 끊김 없이 전달할 수 있어 높은 내구성과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다.

더욱이 주행 상황에 따라 차고 조절이 가능한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과 결합되면 험로에서는 차고를 높여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고, 고속 주행에서는 차고를 낮춰 전비와 고속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유니휠은 전기차의 감속기의 역할도 대체한다. 기어 잇수가 적은 선기어와 피니언 기어들이 맞물리며 상대적으로 기어 잇수가 많은 링기어를 회전시키는 구조로 입력축과 출력축 사이의 감속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구동 시스템과 같이 별도의 감속기를 두지 않고도 모터에서 발생한 회전을 감속시켜 최종적으로 휠에서 높은 토크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최대 네 개의 휠 구동력을 각각의 소형 모터로 독립 제어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조향 및 주행 안정성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토크 벡터링(Torque Vectoring)을 구현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토크 벡터링은 각 바퀴에 전달되는 토크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로, 미끄러운 노면이나 코너링 주행 시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성능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유니휠은 기존 구동 시스템의 CV 조인트와 드라이브샤프트, 감속기의 기능을 휠 안에 넣고 동시에 휠 사이에 자리하던 모터를 소형화해 각 휠에 직결함으로써 공간 활용성을 크게 확장한다. 이에 따라 기존의 차량 레이아웃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진다.

먼저 좌우 휠 사이 확장된 공간을 트렁크나 프렁크 등 추가 적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지금의 좌석 배치를 탈피해 완전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디자인도 가능하다.

해당 공간을 배터리 탑재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주행거리가 향상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즉, 차 크기를 늘리지 않더라도 대형 전기차 이상의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는 차체 바닥에 배치되는데, 이 때문에 차고를 높여 설계하거나 이마저 불가능할 경우 배터리 부피만큼 승객 공간이 축소되는 한계가 있다.

이 외에도 유니휠은 기존 전기차에 필요한 동력원 및 감속기 기능을 동일하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승용 및 고성능 전기차 등 모든 종류의 전기차에 쉽게 적용할 수 있으며, 휠체어, 자전거, 배송 로봇 등 다른 종류의 모빌리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대상 모빌리티의 요구 조건에 따라 작게는 4인치부터 크게는 25인치 이상의 휠에 탑재할 수 있도록 유니휠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휠의 회전축이 이동한다는 유니휠의 특성상, 계단을 에스컬레이터처럼 부드럽게 오르는 모빌리티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현대차·기아는 유니휠을 통해 계단을 흔들림 없이 오르는 모빌리티의 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이날 유니휠의 개발 배경 및 원리, 기술적 특장점을 발표와 영상을 통해 소개하고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해 기술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기아는 유니휠의 개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안정성과 효율성, 내구성 등을 지속 검증하고 있으며, 향후 기어비 조정 및 윤활 냉각 시스템 고도화 등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확이다. 유니휠과 관련된 특허 8건을 국내와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 출원 및 등록했다.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박종술 수석연구위원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고객들이 모빌리티를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